7장 지금 지나는 10년 — 어디까지 왔고, 뭐가 남았나
프리미엄 명반 80p · 실제 해설서에서 그대로
타고난 결은 벌이는 쪽인데, 이 10년은 다지는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. 씨앗을 새로 뿌리기보다, 이미 심어둔 밭의 흙을 고르고 물길을 내는 시기라는 뜻이에요. 밖으로 뻗던 힘이 안쪽으로 돌아옵니다.
그래서 이 10년에는 익숙한 감각이 잘 안 맞을 수 있습니다.
지금까지 통하던 방식 — 일단 나서고 부딪쳐서 길을 내는 방식이 예전만큼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편입니다. 그게 홍길동님의 힘이 줄어서가 아닙니다. 자리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. 달리기 좋은 땅에 있다가 밭을 가는 땅으로 옮겨 온 셈이에요. 같은 사람이 같은 힘을 써도 결과가 다르게 나옵니다.
다지는 시기에는 다지는 시기의 몫이 있습니다. 넓히지 못하는 대신 깊어지고, 새로 벌이지 못하는 대신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. 이 10년에 만들어 둔 바닥은 다음 구간에서 발을 딛는 자리가 되어 줘요.
이건 이 10년의 이야기입니다. 홍길동님이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에요. 타고난 자리는 여전히 신궁에 있고, 나서는 힘도 그대로 있습니다. 다만 지금은 그 힘을 쓰는 방향이 바깥이 아니라 안쪽이라는 것입니다.
구간이 끝나면 자리는 다시 옮겨 갑니다. 그때까지는 이 땅의 방식에 몸을 맞춰 보시는 편이 수월해요.